가을은 나에게
가을(秋)은 나에게
가을(秋)은 우리 모두에게 풍요로움과 여유를 준다.
요즘 전통시장에 들러보면, 살맛나는 모습을 만들고 있는 것은 역시 가을철 농수산물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저 만가지도 넘을 만한 과일과 채소 곡식과 농.수산물 그리고 1차 상품들을 출하해 놓고서 우리를 부르고 있는 것인지, 그것들을 보며 인생은 늘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가을(秋)은 나에게 추억의 길이다.
우리집 삶의 터전은 강건너 솔숲에 있었다. 학교 파하고 집에오면 부엌 무쇠솥에 누른 큰 양제기에 담긴 수제비를 단숨에 비우고선 솔숲 어머니한테로 달려 뛰어간다.
솔숲으로 향하며 논길을 지날때, 잘 정돈된 논 저편에 무거운 고개를 늘어 뜨리고 서있는 볏단들을 본다. 일손이 없어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기를 기다리는가 보다. 어린 나이에도 서리맛고 서있는 그 무거운 볏단들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이 살아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냇가를 건너가는 길은 언제나 낭만적이었다.
뿌연 수증기가 오르고 그 사이로 스무개 정도나 되는 섬돌을 하나 둘 뛰어서 건너 간다. 그런후에
100m를 달려 뛰면, 어머니는 언제나 고추밭에 계셨다. 어머니한테 뽀뽀로 눈도장 하나 찍은 후에야 자유다. 지금도 그 고추밭에서 환히 웃으시며 "내새끼"하며 안아 주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아직 그대로 있다.
내게 가을(秋)은 풍요 이전에 쓸쓸함과 애뜻한 정감이 오가는 계절로 기억된다.
가르마같은 논길 , 그 논 바닥에 서있는 힘빠진 볏단들, 그리고 집앞에 흐르는 실가천과 솔숲앞
큰 냇가의 섬돌들은 ... 지금 당장이라도 도심을 훌쩍 떠나 그때 그 모습으로 고추밭 어머니 한테로 달려가고 싶다. 나의 풍경을 찾아서...
2012년 11월9일
레토코리언스
하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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