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묘지 이장
1994년도 일이다.
묘지를 개장하는데 어떤 절차가 있을 듯한데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다(밤 11시쯤) 내가 기독교 신자이니
기도로서 개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도문을 메모했다.
백부님을 모시고 이튿날 산소에 가니
마을 아저씨들 멪분이 나오셨다.
묘지를 개장해서 유골이 수습 안되면 큰일난다.
국립묘지 안장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도문>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1994년 11월 8일은 50년 만에 있는 길일을 택해서
제 부친, 대한민국 6.25 전쟁 전몰군경 고 육군 상병 河鴻植의 묘지를 개장하여
대전 국립묘지로 이장하고자 묘지를 개장하는 날입니다.
주께서 묘지를 개장하는 일, 유골을 온전하게 수습하는 일,
대전 국립묘지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일,
좋은 묘지를 골라 안장하기까지 제 절차를 주관하여 주옵소서,
능력과 사랑이 충만하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제부 친 하홍식을 주께 위탁하오니 허락해 주시옵소서,
생전에 못다 한 일들 제가 대신하오리니 주님의 자녀로 삼아 주시옵소서,
제가 사모하며 사랑하는 주님께 모든 것을 위탁하며,
이제 허락하신 줄 믿고 묘지를 개장하겠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림니다. 아멘.
〈이어서 아버지께 묘지 개장에 대해 보고 드렸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
장남 종일이 아버지께 문안드림니다. 가족 모두를 대표한 저의 큰절받으소서...
어머니 잘 게십니다.
아버지를 꼭 닮았다는 딸 종순이도 시집가서 잘살고 있고요,
구미에서 어머니와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제 옆에는 큰아버지가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멪년전부터 네 아버지를 대한민국 국군의 성지 국립묘지로 모셔야 한다고
재촉의 말씀을 해 오셨습니다.
큰아버지의 관심과 배려하심으로
드디어 오늘,
국립묘지로 이장하게 되었음을 삼가 보고 드립니다.
오늘 11월 8일은
묘지 이장에 있어 50년 만에 있는 길일이라고 합니다.
이날을 택하고 기다려 잠시 후에 묘지를 개장하고자 하니
기꺼이 허락하시고 놀라지 마십시오.
오늘 묘지 개장을 위해서
첫 삽을 대실분은
아버지도 잘 아시는 끝식이 아제와 마을 분들 입다.
아제를 통해서 아버지가 공도 잘 차셨고
포지션이 왼쪽 윙이라는 것도
오늘 이곳에서 알았습니다.
저도 손자도 축구 포지션이 왼쪽 윙이라
부전자전의 사랑을 가슴속 깊이서 뭉클 느끼고 있습니다.
아버지!
이제 마음에 준비가 다 되신 줄 믿고
잠시 후, 조심조심하여 봉분을 개장하겠습니다.
아버지 마음을 굳게 가지세요.
1994년 11월 8일 아들 종일 올림
《묘지 개장 상황》
묘지 개장을 시작한 지 불과 십여분 경과했을까?
끝식이 아제가 소리쳤다.
"종일아 됐다 됐어 마사토 흙이다"
내부를 파 들어가니 황금빛 마사토 흙이 연거푸 쏟아져 나온다.
마사토 흙은 유골을 온전하게 보존할 가능성이 크다.
드디어 40년 만에 순간이다.
아버지의 유골이 조금 보인다.
와! 더디어 40년 된 유골가루가 깨긋한 상태로 온전히 보존되었다.
아버지를 만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생전에 단 한 번의 기억이 사실인지 상상인지,
사진으로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 모습대로 밝고 맑은 깨끗한 모습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셔서 부자간에 감격적인 상봉을 하는 순간이었다.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쏟으며 ,
온전한 모습, 아버지의 육신 유골가루를 매만지며
부자지간의 부정을 처음 나누며 지난 세월 이런저런 애환이 주마등처럼 교차하며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다.
실로 내가 태어나 진정 행복한 순간이었다.
유골이 온전히 수습될 수 있어 안도하며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러나, 유골을 온전히 수습했다는 기쁨도 잠시,
백부님 얼굴이 시종 굳어져 있었다.
그 후 유골을 봉송 중에도 멪시간 동안 한마디 말씀도 없었다.
대전국립묘지에 도착하고,
예상 묘역을 확인하고서야 백부님 얼굴이 환한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저녁을 먹으면서 큰아버지 말씀이
황금 마사토가 쏟아지는 우루목 명당자리를 잘못 파헤친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이제는 됐다 됐어, 아주 잘됐다.
이곳에 오니 풍수를 잘 몰라도 천하에 명당이 여기로다.
마음이 놓인다.
이장 정말로 잘했다.
천하의 명당이 여기로다. 백부님은 기분이 좋아서 말씀을 많이 하신다.
묘지 개장을 할 때 종일이가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날음대로 개장식을 진행하는 걸 보고 대견했다"는 칭찬도 해주셨다.
백부님의 재촉으로 그동안 미루어 왔던 아버님 묘지 이장 ,
내겐 가장 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천하에 명당터에서 따스한 햇살 받으며
이제는 천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게시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너무나 즐겁다.
다시 한번 백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은 두 분 형제분이 만나서 재미있게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제 부친 묘지 이장을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2년 4월 25일, 그때를 기억하며
재편집, 2015년 9월 20일
레토 코리언스
하 종 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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