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토, 인문학 산책/ 나의 수필
갑종장교 227기 동기가
누가 울어
1968년, 우리가 군문에 들어선 그해는 냉전시대 중
세계적으로 가장 시끄럽고 사건이 많았던 해였다
이 땅에도 북한의 대남도발이 최고조였다
1.21사태 . 푸에블로호 피랍사건.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났다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격동과 변화의 강풍이 세차게
불어오고 있었다
이런 엄중한 시기임에도 대한의 여린 청춘들
오직 용기 하나로 무관(武官)이 되고자
군인의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대한민국 상무의 요람, 육군보병학교
입교 준비를 위해서
연무대에서
병 기초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군문으로 들어섰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넜다
20대 초반에 애띤 청춘들,
처음으로 집을 나서 군문에 발을 들여 놓는
심정을 군에 가보지 않고서
누가
어찌 알랴!
잠시 대기 기간 동안에 우리들의 심상은
감성이 예민해져 부모님과 형제자매 생각
친구들과 춘자와 영자 생각으로
눈물을 찔끔거렸다
일과 후 PX에서 흘러나오는
당대에 최고 히트곡
배호에
누가 울어를 듣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그만 쏟아내고 말았다
배호의 누가울어는
우리가 육군보병학교를 졸업과 동시
육군 소위로 임관 후,
전후방에서
근무할 때 친구처럼 함께하며
군생활 중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 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의 저력이 되어 주었다
세월이 흐른 후,
동기생 모임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배호의 누가울어는
갑종장교 227기 동기가가 되어
영원히 함께하며
우리의 가슴을 메아리 치고 있다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추억인가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아, -
군인의 길!
우리가 좋아서 선택한 광야의 길이 아니든가
백마타고 달리는 초인을 상상하며
이 한 몸을 조국에 바쳤노라!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상처인가
멀리 떠나간 내 사랑은 기약조차 없는데
애가 타도록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동기가, `배호의 누가 울어와 벗하며
함께하고 있는
갑종장교 227기 동기생이여!
친구들 주름진 얼굴이 작년과 달라도
살아온 인생길 표정에 묻어 있어
보기가 좋다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며
열심히 살자!
철마를 타고 조국의 강산을 돌며
함께한 우리가 진정한
죽마고우다
갑종장교 227기 동기생이여 영원하라!
2023년 2월 5일
月刊 시사문단 시인/ 수필가
레토코리언스 대표강사 레토 하 종일 배상
'오늘의 전광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 현충일 헌시 (0) | 2025.05.05 |
---|---|
내 인문학의 시원을 찾아 (0) | 2025.05.04 |
하얀 들판을 지나 (0) | 2023.12.03 |
청춘별곡 (0) | 2023.04.12 |
물의 정원을 걷다 (0) | 2022.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