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시사문단

1월호-2021

레토코리언스 2021. 2. 1. 10:32

약속

 

 

오늘 밤 그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시간은 아침부터 바쁘게 허둥댄다

 

정오가 언제 지나가고

태양은 서산에 걸려

청춘의 심장을 뛰게 한다

콩닥콩닥 쿵쿵쿵

 

난,

호흡을 가누며

한 발 한 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한마디 말도 못 한 채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순간, 세상의 시간은

멈춰 섰고

하늘엔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실레마을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하여

마석역에서 전철을 타고

대성리 청평 백양리

강촌을 지나

김유정역에 도착하였다

 

금병산의 마중을 받으며

실레마을 길을 무작정 걷는다

친구가 걸었을 그 길 따라서

걷고 또 걸었다

유정을 찾는 실레의 발길이

사방에서 분주하다

 

혼자서 문학관을 살피며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 숲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 길

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었던 고갯길

김유정金裕貞이 코다리찌개 먹던

그 주막 길을 혼자서 걸었다

 

나도 모르게

친구가 만든 추억의 공간

그 - 시간 속으로 깊숙이 빠저 들었다

유정의 여리고 따뜻한 마음

뜨거운 가슴

사모하는 마음 고이 품고서

한발 한발 그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만추에 고독

 

 

입동이 어제인데

절기節氣를 밀어내고 싶은가

간절한 소망 담아

새벽부터 가을비 내린다

 

만추에 첫서리

자애한 고독을 되씹으며

텅- 빈 들판 위에 홀로 세워진

한 두렁 볏단을 본다

 

그래,

내가 되씹고 사랑한 풍경

 

주말에는

추위가 다가올 텐데

본능적으로 옷깃을 여미며

또 다른 나의 분신分身을 품는다

 

이제 난, 외로움 속으로

더 작아져야 한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 크기로

향기도 없이 소리도 감추자

 

만추에 첫서리

자애한 고독을 가슴에 품고

논길 따라 뛰 달리며

한 두렁 볏단을 바라보던

나에 유년幼年,

그때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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